시작하며
한때 전자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소니는 2011년을 기점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TV, PC,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삼성과 LG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소니의 주력 사업 대부분이 적자로 전환되었고, 믿었던 플레이스테이션3조차 큰 손실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소니는 4년 연속 적자라는 기록을 남기며 역사상 최악의 손실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해야 했으며,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습니다. 당시 소니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더 이상 회생이 어렵다고 진단하였지만, 현재의 소니는 2023년에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2024년 실적 또한 최고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때 부진했던 플레이스테이션은 다시금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스파이더맨 영화와 게임 또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가 끝났다고 말하던 소니가 어떻게 다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그 비결을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전자의 왕에서 몰락한 소니
20세기 말까지 소니는 아날로그 전자 산업을 대표하는 절대 강자였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상황이 급변하였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소니는 그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 삼성과 LG는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하였습니다.
결국 소니는 1997년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며, 아날로그 기반의 강점은 점차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2000년대 이후 소니는 디지털 캠코더, PC, 플레이스테이션2 등으로 나름 선방하였지만, 가정용 전자 제품 부문에서 점유율을 크게 잃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007년 소니가 야심 차게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3가 대규모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원래 콘솔 게임기는 본체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소프트웨어 판매로 수익을 내는 구조이지만, PS3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당시 PS3는 단순 게임기가 아니라 가정용 슈퍼컴퓨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개발되었습니다. 소니의 반도체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고사양 기기를 만들려는 계획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과도한 개발 비용과 생산 비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부품 공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출시 초기부터 물량 부족 사태까지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플레이스테이션3는 적절한 판매 시점을 놓치며 처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니는 약 2,300억 엔이라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소니 역사상 최악의 손실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까지 겹치며 소니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였고, 2011년 한 해에만 약 4,560억 엔이라는 역대 최악의 손실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2. 소니의 구세주, 히라이 카즈오의 등장과 선택과 집중
2012년, 소니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히라이 카즈오였습니다. 그는 소니 역사상 최초의 게임 사업부 출신 CEO로서, 기존 전자사업 중심의 경영진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히라이 카즈오는 먼저 장기간의 실패로 인해 무너진 조직 문화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였습니다. 연속 적자로 인해 회사 전체에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어 강력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삼성과 LG가 시장을 장악해가던 TV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기로 한 것입니다. 가격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은 소니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니의 전자 부문 원로들과의 갈등이 심화되었습니다. 일부 은퇴한 경영진들까지 나서서 CEO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반대 의사를 표명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히라이 카즈오는 자신의 전략을 밀어붙였습니다. 그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 히라이 카즈오는 소니의 인터넷 사업 부문을 이끌던 요시다 케니치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하며, 데이터 기반 경영을 강화하였습니다. 요시다는 냉정한 숫자 분석을 바탕으로 과거 소니가 안고 있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였으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히라이 카즈오와 요시다 케니치는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을 본격화하였습니다. 그 결과 소니는 TV 사업을 분사하고, PC 브랜드 바이오(VAIO)를 매각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당시 바이오는 인지도가 높았던 브랜드였지만, 저가 제조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러한 결정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2013년과 2014년까지 소니는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소니가 반전에 실패했다는 비판 기사가 쏟아졌으며, 시장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 소니 내부에서는 조용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반전의 계기가 찾아옵니다. 2013년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4가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며 소니의 구원투수가 된 것입니다.
3.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공과 PSN의 성장
플레이스테이션4는 소니가 콘솔 시장에서 완전히 부활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본체 판매량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도 성공한 것입니다.
- 플레이스테이션4는 1억 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소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콘솔 기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 PSN을 통해 게임과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고,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였습니다.
- 플레이스테이션 사업부는 소니 전체 매출에서 약 30%를 차지하며, 가장 중요한 사업부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처럼 본체 판매에만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완성하며, 소니의 체질이 완전히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4.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전환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과 함께, 소니는 영화와 음악 부문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해 갔습니다.
🎬 영화 부문 성공
- 소니 픽처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19억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 마블과 협력해 영화 제작은 마블이 담당하고, 소니는 판권을 보유해 수익을 얻는 구조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였습니다.
-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유통 채널도 다변화하였습니다.
🎵 음악 부문 성장
- 소니 뮤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음원을 대거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과 함께 음원 수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소니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소니는 게임, 영화, 음악을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완성해 갔습니다.
5. 이미지 센서 시장 장악, 보이지 않는 강자의 자리
소니는 완제품 사업에서 일부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핵심 부품 사업에서는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미지 센서 사업입니다.
- 전 세계 스마트폰 카메라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소니는 약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특히 애플 아이폰을 비롯해 삼성과 중국 제조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소니 센서가 대거 탑재되어 있습니다.
-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도 소니의 이미지 센서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아, 소니 카메라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에도 광범위하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니는 스마트폰, 카메라, 드론, 자동차 카메라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이미지 센서를 공급하며, 매출과 수익 양면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6. 2025년, 소니의 현재와 미래
히라이 카즈오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사업 개편 덕분에 소니는 2015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였으며, 2017년에는 4,900억엔이라는 대규모 순이익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소니는 게임, 영화, 음악, 이미지 센서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립하였으며, 2023년에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였습니다. 2024년 역시 최고 실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4년을 기점으로 소니를 이끌던 히라이 카즈오와 후임 CEO였던 요시다 케니치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 이후 소니는 새로운 경영진 체제 아래에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와 첨단 기술이 융합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소니가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마치며
소니의 지난 20년은 전성기에서 몰락을 거쳐, 다시 부활에 성공한 극적인 기업 역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때 전자 산업의 선두주자였던 소니는 디지털 전환 실패와 경쟁사의 약진 속에서 위기에 빠졌지만, 과감한 사업 재편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전략 변화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였습니다.
지금의 소니는 더 이상 과거의 전자 기업이 아닙니다. 이제 소니는 게임, 영화, 음악, 부품 사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 핵심 부품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보이지 않는 강자로서의 입지도 확고히 다지고 있습니다.
소니는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로 다시 세계 무대에서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니가 또 어떤 전략과 기술로 미래를 준비해나갈지, 그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