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현대차가 발표한 새로운 플랫폼, PLEOS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자동차를 더 이상 기계적인 탈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화시키기 위한 전환점이다. 이 전략은 전기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기능까지 폭넓게 확장한다. 테슬라가 먼저 걸어간 길을 현대차도 본격적으로 따라잡기 시작한 지금, PLEOS는 어떤 시스템이고 무엇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PLEOS가 등장한 배경
(1) 자동차에 처음 적용되는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플랫폼
PLEOS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그것도 단순한 UI 수준이 아닌, 자동차를 구성하는 전기전자 시스템 전체를 통합하고 제어하는 기반 기술이다. 전기차가 진정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되려면, 단순히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기능이 하나의 소프트웨어 위에서 동작해야 한다. PLEOS는 그런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2)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리해서 개발하는 시대
기존 자동차는 제어기와 소프트웨어가 세트로 개발됐다. 특정 부품을 바꾸면, 해당 부품의 소프트웨어도 함께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PLEOS는 하드웨어를 추상화 계층으로 감싸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세부 구조를 몰라도 작동하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하드웨어를 교체하더라도 기존 소프트웨어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가 훨씬 쉬워진다.
2. 하드웨어 추상화 구조의 개념
(1) HAL, 소프트웨어 개발을 단순화하다
HAL(Hardware Abstraction Layer)은 기존 IT 산업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된 구조다. 하드웨어 구조를 소프트웨어에서 직접 다루지 않고, 단순한 API만 통해 통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 센서가 바뀌더라도 소프트웨어는 ‘카메라’라는 단일 API만 인식하면 된다. 이 구조는 유지보수와 성능 업그레이드에 매우 유리하다.
(2) 자동차도 이제는 컴퓨터처럼 바뀐다
PLEOS 구조는 마치 데스크톱 컴퓨터처럼 유연하게 구성된다. CPU가 바뀌어도 윈도우를 재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자동차에서도 중앙 제어 유닛만 교체해도 기존 소프트웨어가 그대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유연한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진다.
3. PLEOS 구성 요소 살펴보기
(1) 존 컨트롤러와 고성능 PC 시스템
PLEOS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하드웨어 구성으로 나뉜다. 첫째는 각 구역을 제어하는 존 컨트롤러, 둘째는 차량의 중앙 뇌 역할을 하는 고성능 PC(HPVC), 셋째는 외부와 통신을 담당하는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유닛이다. 이렇게 기능을 분리하면, 하나의 시스템 오류가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
(2) 무게와 부품 수 줄이는 구조 혁신
PLEOS는 구조 자체의 효율성도 크게 높였다. 기존 차량은 수십 개의 ECU가 각각 제어기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이를 통합하면서 전체 부품 수가 40개에서 13개로 줄었다. 하네스도 간소화돼 차량 무게는 줄고, 수리나 관리도 쉬워졌다.
4. 커넥트라이브, 스마트카의 두뇌
(1) AOOS 기반의 안정적인 운영체제
현대차는 AOOS(Android Automotive OS)를 기반으로 커넥트라이브 시스템을 구성한다. 이 시스템은 구글이 공식 인증한 OS로, 인포테인먼트의 안정성과 업데이트 신뢰성이 높다. 기존 오픈소스 기반 시스템보다 최적화도 뛰어나다.
(2) 인공지능 탑재, 레오 AI
커넥트라이브에는 대화형 AI ‘레오’가 탑재된다. 이 AI는 온디바이스에서 작동하며, 구글 클라우드와 연동돼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자동차에 ChatGPT가 들어가는 셈이다. 사용자는 음성 명령, 운행 지원 등 다양한 기능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
5. 개발자를 위한 플랫폼, 플레이그라운드
(1) SDK와 API 완전 공개
현대차는 PLEOS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자 플랫폼인 ‘플레이그라운드’를 함께 공개했다. 이곳에서는 차량 기능에 대한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와 API를 세부적으로 제공한다. 단순히 몇 가지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차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개발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공개 방식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로, 개발자들이 차량용 앱을 직접 만들고 차량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을 더 똑똑하게 만들거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앱을 누구나 개발할 수 있다.
(2) 에이다스(ADAS) 데이터 접근도 가능
놀라운 점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관련 API도 일부 공개됐다는 점이다. 물론 핵심 제어는 제한돼 있어, 안전 문제는 철저하게 막아두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거나, 사용자 맞춤형 앱을 만드는 데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러한 개방 전략을 통해 앱 마켓 생태계를 육성하려고 한다. 앱을 만들어 등록하면, 타 사용자가 다운로드하거나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사용자 맞춤형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6. 언제, 어떤 차에 적용되나?
PLEOS는 단기 로드맵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2026년 2분기부터 첫 적용 차량으로 GV90이 출시되며, 이후 2027년 말까지는 경차인 캐스퍼까지 포함한 전 차종에 자율주행 레벨 2+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
2030년까지는 총 2,000만 대 이상의 차량에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중요한 점은 이 기술이 제네시스나 플래그십 고급 차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차는 모든 대중 차종에 해당 시스템을 ‘기본’으로 넣겠다고 밝혔다.
7. 단순한 기술을 넘는 사회적 가치
(1) 교통 소외지역을 위한 목적 기반 자율주행
PLEOS 전략에는 사회적 배려를 위한 목적 기반 차량(MPV) 개발도 포함돼 있다.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처럼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자율주행 기반의 호출형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이동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도 손쉽게 차량을 호출해 병원이나 마트를 다닐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적 편의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시스템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 자동차를 집처럼 쓰는 시대
PLEOS의 핵심은 자동차를 단순한 ‘탈것’이 아닌, 제2의 거주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주행 중 영화를 보고, 음성 명령으로 조명을 조절하고, 클라우드 기반 AI와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 자동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결국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개인 맞춤형 스마트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PLEOS가 있다.
마치며
현대차의 PLEOS 전략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 개발자 생태계 개방, 자율주행 및 인포테인먼트의 진화, 그리고 사회적 배려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기술 전략이다. 자동차가 이제 스마트폰처럼 작동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앱을 설치하고, 자율적으로 운행하는 시대. 그 문을 열고 있는 것이 바로 PLEO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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