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리뷰

비싼 조명과 저렴한 카피품, 직접 써보니 진짜 차이가 느껴졌다

도현김 2025. 4. 8. 06:00

시작하며

집에서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제일 먼저 손대고 싶은 게 바로 조명이다. 조명을 바꾸면 같은 방이라도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조명이란 게 단순히 불빛을 비추는 걸 넘어 감성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니까. 문제는, 괜찮아 보이는 조명은 하나같이 가격이 꽤나 세다는 점이다.

요즘 내가 사용 중인 플로어 조명 하나는 150만원이 넘는다. 옆에 있는 다이슨 제품도 90만원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조명도 20만원은 기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건 카피 제품이다. 디자인은 꽤 비슷해 보이는데 가격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솔깃하다.

과연 이런 저가형 조명이 진짜 괜찮을까? 겉모습만 비슷한 걸까, 아니면 기능까지 어느 정도 따라오는 걸까? 실제로 다양한 조명을 직접 사용해보고 비교해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1. 고급 조명의 대표주자, 아르떼미데 톨로메오 메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써본 조명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건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떼미데’에서 만든 ‘톨로메오 메가’라는 모델이다. 조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브랜드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톨로메오 시리즈는 플로어형, 데스크형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오고 크기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쓰는 건 블랙 갓과 밝은 크림색 갓, 두 가지를 갖고 있다. 블랙은 존재감이 강하지만 빛이 좀 어두운 편이고, 크림색은 공간을 밝게 비춰줘서 좀 더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디밍 기능이다. 이 조명은 광량 조절이 가능해서 상황에 따라 밝기를 바꿔가며 쓸 수 있다. 책을 볼 때, 무드등처럼 쓸 때 다르게 설정할 수 있으니 활용도가 높다.

 

2. 저렴한 카피품, 겉모습은 꽤 그럴듯하다

정품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요즘엔 카피 제품도 많이 나온다. 나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톨로메오를 닮은 조명을 구매해봤다. 디자인은 정말 유사하다. 언뜻 보면 차이를 못 느낄 정도다.

그런데 막상 사용해보면 차이가 느껴진다. 우선 마감이 정품보다 투박하다. 연결 부위도 헐겁고, 스탠드를 움직일 때도 부드럽지 않다. 빛을 비출 때의 느낌도 조금 다르다.

게다가 디밍 기능은 아예 빠져 있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 전구를 따로 넣어서 앱으로 밝기를 조절하고 있는데, 이렇게 따로 세팅하는 게 처음엔 귀찮고 불편하다. 그래도 가격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쓸 만은 하다.

 

3. 조명은 ‘빛’이 핵심이다

조명을 처음 사는 사람들은 디자인만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랬다. 근데 막상 써보면 알게 된다. 조명에서 진짜 중요한 건 디자인보다 ‘빛’이라는 걸.

같은 방이어도 빛이 어떻게 퍼지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정품 조명은 그 점에서 확실히 다르다. 위아래로 퍼지는 빛의 각도나 느낌이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디자인뿐 아니라 빛 자체도 계산해서 만든 느낌이랄까.

반면 카피품은 그런 디테일이 부족하다. 빛이 한쪽으로 몰리거나 너무 딱딱하게 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엔 비슷해 보여도 사용할수록 차이를 느끼게 된다. ‘아, 이래서 비싼 조명을 쓰는구나’ 싶다.

 

4. 톨로메오 말고도 괜찮았던 정품 조명들

아르떼미데 제품 중엔 톨로메오 외에도 괜찮은 조명이 많다. 그중 하나가 ‘Tizio 35’라는 제품이다. 1970년대에 나온 디자인인데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멋스럽다.

광량이 엄청 밝은 건 아니지만, 은은하게 공간을 밝히기에 좋다. 나는 이 조명을 플로어 스탠드와 함께 쓰고 있는데, 분위기를 살리고 싶은 공간에 꽤 잘 어울린다. 빛을 천장 쪽으로 돌려서 간접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꽤 높다. 다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스탠드 포함하면 70만원에서 80만원 정도 한다.

또 하나는 ‘네시노’라는 조명이다. 버섯처럼 생긴 이 조명은 주황색 갓이 인상적인데, 전구 4개가 들어가서 생각보다 꽤 밝다. 다만 조명이 켜지면 얼굴이 주황빛으로 물들어서 약간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실사용보다는 장식용으로 놓는 게 더 적당하다.

 

5. 작고 귀여운 포터블 조명, 렉 미나

요즘은 포터블 조명도 인기다. 그중에서도 ‘렉 미나(Lexon Mina)’는 버섯 모양으로 생긴 제품인데, 디자인도 귀엽고 들고 다니기도 편하다.

크기가 작아도 밝기 조절과 색상 변경이 가능하고, USB 충전식이라 여기저기 옮겨 쓰기 좋다. 처음에는 8만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비싸게 느껴졌지만, 기능성과 디자인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집들이 선물로도 반응이 좋고, 무드등으로도 잘 어울린다.

 

6. 다이슨 조명은 확실히 다르다

다이슨에서 나온 ‘솔라사이클’이라는 조명은 기존에 써왔던 조명들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외형은 깔끔하고 현대적이지만, 무엇보다 기능 중심으로 설계된 게 확 느껴진다.

이 조명은 주간과 야간의 자연광을 분석해서 자동으로 색온도와 밝기를 조절해준다. 예를 들어 책 읽을 땐 밝고 차분하게, 밤에 무드등처럼 쓸 땐 은은하게 변한다. 조명 머리를 움직일 수 있어서 간접조명으로도, 집중등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디자인적인 감성보다는 기능성과 실용성에 무게를 둔 제품이라, 공부하거나 집중하는 작업용 조명으로 추천할 만하다. 물론 가격은 90만원대로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사용해보면 왜 비싼지 이해가 간다.

 

7. 1만원짜리 조명도 써봤다

알리에서 산 아주 저렴한 조명이 있다. 이름은 정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스노우맨’ 스타일로 알려진 조명을 따라 만든 제품이다. 정품은 30만원이 넘는데, 나는 이걸 1만원에 샀다.

처음엔 플라스틱이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유리 재질이었고 반짝임도 나쁘지 않았다. 겉모습만 보면 꽤 정성 들여 만든 것처럼 보인다. 밝기도 괜찮고,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기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스위치가 허술하고 전선 품질도 좋지 않다. 가장 불편한 건 색상 설정이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명을 끄면 다시 기본색으로 돌아간다. 이게 반복되면 은근히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도 가격이 가격인 만큼 불만을 말하긴 어렵다. 그냥 저렴하게 분위기만 살려보고 싶은 사람에겐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오래 쓰기엔 확실히 부족하다.

 

8. 결국엔 정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조명을 사다 보면 결국 정품을 다시 보게 된다. 처음엔 ‘그냥 불만 켜지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쓰면 쓸수록 차이를 느끼게 된다. 디자인, 마감, 빛의 질감, 내구성, 사용 편의성까지 전반적으로 정품이 앞선다.

가구랑 비슷한 것 같다. 싸게 샀다고 해도 마음에 안 들면 결국 다시 바꾸게 되고, 정품 하나 잘 고르면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쓰게 된다. 내 경우 본가에서 20년 넘게 쓰는 스탠드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조명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물건이다.

카피 제품이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가격이 워낙 저렴하니까. 하지만 마음속에 ‘정품 살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남아 있다면, 결국 나중에 다시 돈 쓰게 된다.

그래서 내 생각엔 애초에 조금 더 투자해서 괜찮은 조명을 고르는 게 낫다. 만약 그게 너무 부담된다면, 요즘은 국내 브랜드 중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조명들이 많다. 그런 제품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치며

조명을 고른다는 건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장치를 고르는 게 아니다. 그 공간의 분위기와 나의 일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도구를 고르는 일이다.

가격만 보고 판단하면 처음엔 만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도는 떨어진다. 반면, 내 공간에 진짜 어울리는 조명을 찾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공간에 애정이 생긴다.

결국 중요한 건 ‘조명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차이를 경험해보는 것이다. 너무 급하게 선택하지 말고, 내 취향과 생활에 맞는 조명을 잘 찾아보면 좋겠다.